Program Note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근근이 자가용 택시 영업을 하며 살아가는 젊은 남자(김진엽).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방금 뛰쳐나온 젊은 여자(이설). 생면부지 관계인 두 사람의 우연한 동행의 여정이 <청산, 유수>의 내용이다. <방문자>로 주목을 모은 뒤,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반두비>, <컴,투게더>로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온 완강하고도 우직한 신동일 감독은 전작들의 장점을 제각각 확장하되, 동시에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의 만남 속에서도 마침내 공존과 화해의 감동이 생겨나고, 기형적인 슬픔과 사건들은 다시 삶의 장 안으로 겸허히 귀속되어 치유된다. 이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여정의 길은, 말 그대로, 청산유수, 막힘이 없이 유려하게 삶의 소중한 어딘가로 우리를 담담히 데리고 간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