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더운 여름 밤 태정은 군대 시절 후임이자 중학교 동창인 현역군인 승영의 전화를 받고 그와 만나게 된다. 하지만 태정은 왠지 모르게 승영을 불편해하는 눈치다. 군대 시절 태정은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군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승영을 중학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감싸주었다. 하지만 태정의 제대 이후 보호막이 없는 승영은 변해간다. 이 영화는 군사문화나 군대조직에 대한 비판처럼 보이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정하며 모호한 욕망이 개입하는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은 관찰의 산물이다. 세 주요인물들의 관계는 어떤 순간에도 안정된 규범적 거리가 마련되지 않는다. 강요된 규범과 관습적 예의, 그리고 보편적 윤리가 동성애적 충동과 교차면서 이들의 관계를 점점 파탄으로 몰아넣는다. 대사는 최소화되고 촬영은 간결하지만, 매 프레임마다 인물들간의 긴장을 불어놓는 연출력이 눈부시며 미스터리 효과를 최대화하는 편집도 뛰어나다. 올해 독립장편 가운데 최고의 수확(허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