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도축부터 고기의 손질, 판매에 이르기는 전 과정을 가족 스스로 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푸줏간이 있다. 오사카에 자리잡고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훌륭한 고기로 명성을 쌓아온 기타데 정육점이다. 기타데 집안이 이용해온 도축장이 철거되면서 백년전통을 자랑하는 이 집안의 가업도 위기를 맞이한다. <푸줏간 이야기>는 이 집안의 마지막 도축에서 시작한다. 소를 데려와 도살하고,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손질하는 과정이 여과 없이 소개되지만 소를 대하는 가족의 태도와 경건하기까지 한 그들의 손길은 잔인함보다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가족이 지닌 이러한 태도야말로 오랜 세월 동안 이들을 억압해온 사회적 편견을 이겨낸 원동력인지 모른다. 고기를 만지는 천한 직업이라는 편견이 변한 세상 덕분에 덜해졌듯이, 이들의 가업을 위협하는 자본의 논리로 변해버린 세상조차도 이들은 묵묵히 받아들인다. 이 모든 것이 삶의 한 부분임을 알기 때문이다. (조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