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창
메콩호텔태국에는 수많은 종류의 귀신이 ‘존재’한다. 폽은 인간의 내장을 먹으며 살아가는 귀신이다. 태국과 라오스 국경을 가로지르는 메콩강 주변에서 이러한 ‘폽’의 존재는 태국인들에게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혹은 그렇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새 영화 <엑스타시 가든>의 촬영을 위해 메콩호텔에서 리허설을 진행 중이다. <엑스타시 가든>은 ‘폽’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이 프...
한국영화의 오늘
멜로‘멜로’ 혹은 괴물의 연대기? 인스턴트식 유희로서 사랑과 집착적 사랑의 갈등 · 충돌이 야기하는 파국을 그린 감각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멜로 영화다. 친언니마저도 못마땅한 여자에게 세상이 친절하게 다가설 리 없다. 그저 정신적 · 육체적 외로움을 달래고자 나누는 섹스가 살결의 부딪침 이상의 의례적 의미를 띨 리도 만무다. 그런 그녀 앞에 잘 생기고, 무엇보다 친절한, 그래 설렘을 느끼게 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지...
한국영화의 오늘
명왕성2012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서 단편 <순환선>이 카날플뤼 상을 수상하면서 급부상한, 교사 출신 신수원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명문대학 입학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마다치 않는, 성적 상위 1% 이내 고3 우등생들 이야기다. 한 명문고 전교 1등을 차지해오던 한 학생이 산 속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영화는 그 죽음의 연유와 과정, 여파를 스릴러의 틀을 빌어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정교한 플...
미드나잇 패션
모두스 아노말리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휴가를 떠난 존은 깊은 산속 오두막집에서 오랜만에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그의 행복한 시간은 이상한 남자의 방문으로 악몽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가족을 구하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솔직히 말해서 작년 미드나잇 패션 상영작으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던 <레이드>를 보기 전까지 인도네시아 장르영화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훌륭한 장르영화...
플래시 포워드
모든 뮤지션들은 개자식이다에스토니아의 잘 알려진 뮤직비디오 감독 헤레리 사아릭의 첫 번째 장편영화이다. 그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창조해 왔던 세계는 <모든 뮤지션들은 개자식이다>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른 점이 있다면 뮤지션들의 이면까지 담아내면서 부유하는 삶의 표정에 다가간다는 점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는 레일라의 태도에는 묘한 애착이 느껴지기도 한다. 일과 사랑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한 여성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드나잇 패션
모스크바 탈출독일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파울은 모스크바에 있는 타블로이드 잡지사에 새로이 부임하게 된다. 그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능력으로 단 시간내에 회사에서 인정 받는 기자로 부각되고 러시아 정치운동가인 카트야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카트야로부터 정치적인 기사를 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자칫 민감할 수 있는 기사를 싣게 되고 그로 인해 상상치 못한 시련이 닥치게 된다. 러시아의 암울한 정치 세계를 파헤친 <...
와이드 앵글
목격자의 밤마지막 학기 등록을 위해 지훈은 돈이 필요하다.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밤, 한 여인의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이후 지훈의 삶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영화 속에서 완결되는 목격자와 뺑소니 운전자와의 대면은 단순히 증인과 범인의 대면이 아니라, 기득권자에 대한 비기득권자의 좌절을 표상한다.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삶의 좌절! (문웅)
한국영화의 오늘
무게‘타운 3부작’과 <바라나시>-최근 <불륜의 시대>로 제목이 바뀌었다-를 통해 축적된 감독의 독자적 영화세계를 입증하는 문제적 휴먼 드라마다. 부제 “정씨의 슬픈 이야기”가 영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지시한다. 조재현이 분한 정씨는 꼽추다. ‘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도가 떠오르나, 외모적으로 그처럼 추하진 않다. 무표정 속에 드러나는 애조 띤 눈빛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때문에 아마추어 화가인 정씨의 슬픈 이야기가...
한국영화 회고전
무숙자거칠지만 다정다감하고 정의로운 장의 영웅적 활약상이 돋보이는 ‘만주 활극’의 대표작이다. 할리우드 웨스턴의 공식과 관습에 홍콩 무협물의 액션과 식민 시대의 신파적인 감성을 뒤섞은 만주 활극은 1960년대 중반부터 등장해 인기를 모았지만 ‘국적 불명’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무숙자>는 할리우드 웨스턴의 걸작 <셰인>(조지 스티븐스, 1953)을 연상시키는 서사에도 불구하고, 신상옥의 감각적인 액션 연출과 ...
월드 시네마
물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이루어진 아홉 명의 감독이 가능성의 원천이자 모든 것의 근원으로 상징되는 물에서 영감을 받은 단편영화 만들기에 착수한다.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예술감독인 야엘 펄로프의 감독하에 자유로운 제작 환경에서 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예호슈아 라비노비치 예술재단, 게셔 다문화 필름 펀드, 텔아비브의 미국대사관 문화부 등의 지원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스태프의 공동 참여로 완성됐다. 이 단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