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회고전
서울의 지붕 밑한의사 김학규는 자신의 딸과 사귀는 양의사 최두열과 사사건건 다툼을 벌인다. 앙숙처럼 지내던 두 사람은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더욱 크게 갈등을 벌인다. 평자에 따라서는 두 인물은 각각 3.15 부정선거의 기성세대와 4.19 혁명을 낳은 청년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읽을 수 있다. 꼭,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이 1960년대 한국사회에 얼마나 첨예한 것인지를 대중적 화술...
월드 시네마
섬들가족 간의 소통 부재/단절을 심도 있게 포착, 묘사한 드라마다. 아들이 아프리카로 자원 봉사를 떠나려 한다. 엄마는 그 아들을 보내기 전, 가족이 모두 모여 작별 시간을 갖고 싶다. 하지만 남편은 이러저런 이유로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구조지질학적으로 생성된 섬들의 집합체를 뜻하는 영화의 원제는 그 단절된 가족을 가리키는 비유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이런 줄거리 소개는 사실상 이 성찰적 영화를 감상, 음...
월드 시네마
세상의 끝에서′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시베리아의 한 마을. 본토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빡빡한 침엽수림의 나무를 베고 낡은 증기기관차를 이용해 그 나무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전쟁 전, 뛰어난 증기기관사였던 이그나트는 낡은 증기기관차를 유지, 보수하기 위해 이 낯선 마을로 파견되었다. 이제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만 하는 이그나트.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독립적이고 강한 성격의 그를 전혀 달가워하지 않고, 마을 처녀 소피...
와이드 앵글
소년과 창부로켓이 추락한 사막 한 가운데서 소년은 신비로운 여자를 만난다. 남자들이 찾아와 선물과 함께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고, 여자는 남자들을 사막 깊이 이끈다. 소년은 그녀가 예전에 로켓을 타고 온 신이 아닐까 질문한다. 새로운 신화를 위해 모든 것이 파괴되는 지점, 황량한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조영정)
와이드 앵글
소분제주도에서 벌초 대행업자 대림은 마음으로 미용사 소희를 좋아한다. 벌초와 미용, 어쩌면 닮은 꼴일지도 모른다며 그녀에 대한 마음을 키우던 그는 벌초 중에 소희의 죽음에 대해 듣게 된다. 대림을 통해 벌초라는 작업 속에 죽음, 직업, 사랑을 다층적으로 녹여낸 잔잔한 드라마이다. (이승민)
갈라 프레젠테이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김동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시골에 사는 노총각 시인은 아버지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우시장에 소를 팔러 나간다. 그런데, 차마 소를 팔지 못하고 소와 함께 전국 우시장을 중심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는 여행 도중에 친구의 장례소식을 듣게 된다. 죽은 친구와 그의 아내는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이었다. 죽은 친구를 대신하여 소와 그의 미망인 그리고 시인은 마치 동반자처럼 순례의 여행을 계속 이...
아시아 영화의 창
소음인도의 뭄바이에서는 일 년에 한 번 가네샤 축제가 열린다. 코끼리의 얼굴을 한 가네샤는 지혜와 행운을 상징한다. 영화 <소음>은 이 가네샤 축제가 벌어지는 뭄바이를 배경으로 절박한 사정에 직면한 세 명의 남자들을 따라간다. 베스트셀러를 불법으로 복제 출판하는 남자는 건전한 새로운 삶을 원하지만 그의 골치덩이 친구들로 인해 곤경에 처한다. 고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하는 남자는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낯선 이들로...
와이드 앵글
소중한 날의 꿈육상선수 이랑은 학교 계주 경기에서 친구에게 역전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일부러 넘어져 버린다. 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상의 꿈을 포기한 이랑이 앞에 서울에서 전학을 온 수민이 등장하고, 과학자의 꿈을 지닌 철수와의 만남이 새롭게 펼쳐진다. 소년, 소녀들은 아직은 미숙하지만 저마다의 꿈을 지닌 채 나아가는 청춘들이다. 안재훈 감독과 한혜진 감독은 푸근한 느낌을 전하는 애니메이션의 필치를 통해 ...
한국영화의 오늘
수상한 이웃들지역신문사인 ′봉계신문′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편집장은 광고를 따오기 위해 홍보성 기사 작성을 강요하고, 기자들은 온갖 회유와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노처녀 편집장, 남편이 직장을 그만둘까 노심초사 하는 여교사,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가장 그리고 다혈질의 택시기사와 다양한 마을 사람들이 등장하여 좌충우돌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그들이 경험하는 사건들은 매번 위기와 긴장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삶...
와이드 앵글
수선화(火)“큰 일과 작은 일의 기준이 뭘까?” 작은 일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는 종근. 과일가게에서도, 동네 세탁소에서도 그의 작은(?) 요구에 대한 응대는 모두가 대충이다. ‘소소하다’. ‘쪼잔하다’. ‘이만하면’ 이런 ‘대충의 언어’들 속에 종근의 청바지 단줄이기 싸움은 계속된다. 그리고 계속되어야 한다. (이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