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앵글
붉은 군단영화는 중년을 넘긴 한 남자가 인터뷰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내 이 남자는 카메라와 감독을 향해 거침없이 말을 건넨다. 슬라바 페티소프. 구 소련 하키팀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전설적인 영웅이자 현 러시아 체육부장관인 그는 처음 하키를 시작했던 어린 시절부터 회상을 시작한다. 냉전시대, 동구와 서구 모두 열광했던 아이스하키는 실제 전쟁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대결이었다. 두 나라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는 ...
와이드 앵글
붕괴이 시대 불안과 공포의 징후를 문정현 감독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결합해 실험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영화는 붕괴라는 키워드를 통해 계속해서 질문하고 사유한다. 직접적인 건물의 붕괴부터 개인과 국가의 위기까지, 영화가 다루고 있는 붕괴의 범위를 한정 짓기 어렵다.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이미지와 사운드의 기록은 감독의 사적 기록인 동시에 한국사회의 공적 기록이기도 하다. <붕괴>는 특정한 경험에 대해...
특별기획 프로그램
블랙 앤 화이트칠십 대의 공산주의자 화가, 달팽이를 애지중지하는 변호사, 피곤에 찌든 의사, 외로운 여성 사업가. 오랜 친구인 이들은 매니저 파룩이 경영하는 바‘ 블랙&화이트’의 단골이다. 바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한 후, 이 희한한‘ 가족’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추억이 어린 장소를 수호하기 위해 파룩의 마음을 돌려보려 한다. 카메라는 모두 혼자인 인물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이들이 함께 시간을 나누는 정겨운...
월드 시네마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현대판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를 연상시키는 샘과 조나단. 둘은 신제품을 팔러 다니는 외판원 콤비다. 그들의 다채로운 여정을 통해 우리는 아름다움, 유머와 비극, 연약함, 위대함 등이 점철된 인간사를 다각도로 조망하게 된다. 로이 안데르손의‘ 인간 삼부작’을 종결하는 이 영화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에 빛나는 위트 넘치는 코미디로 고정 카메라로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비춘다. 리듬감 있는 주제 음악과 대비...
플래시 포워드
빅토리아서구를 동경하는 보리야나는 사회주의 국가 불가리아에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가지게 된 그녀는 1979년 딸을 출산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배꼽이 없이 태어나 나라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다. 9살 때까지 모국에서 애지중지 키워진 빅토리아의 천방지축 삶은 유럽의 공산권이 무너지는 것과 함께 변화를 맞이한다. 정치적인 붕괴와 이에 따른 변화의 어려움이 빅토리아와 그녀를 꺼리는 어머니...
아시아영화의 창
빈관중국의 신예 신유쿤 감독의 데뷔작이다. 신유쿤 감독은 단편 <7일간의 밤>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고, <빈관>은 3년간의 작업을 거쳐 제작된 그의 첫 번째 장편영화이다.‘ 빈관’이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시신을 넣어둔 관을 말한다. 영화는 조그만 시골에서 촌장인 엄격한 아버지와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아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들은 여자친구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우연히 엿들은 마을 청년 바이후를...
한국영화회고전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정비석의 소설『 성황당』이 원작. 돌이는 깊은 산 속에서 숯을 구워 팔며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돌이에게 색시를 구해달라고 성황당에서 빌고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듯 어느 날 남사당패에서 홀로 남겨진 어린 순이가 이 집에 들어온다. 순이가 어른이 되자 돌이는 순이와 결혼해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우연히 장터에서 순이를 본 산림 담당 김주사가 순이의 몸을 탐하면서 둘의 행복은 허물어져 간...
와이드 앵글
뿔늘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고등학생이 있다. 반 친구들은 그가 자신의 이마에 난 뿔을 감추기 위해 반창고를 붙인다고 추측한다. 그들은 친구의 이마에 난 뿔을 보기 위해 작당을 한다. (남동철)
월드 시네마
사라예보의 다리들1914년과 2014년 사이 한 세기 동안의 사라예보를 반영하는 <사라예보의 다리>는 제 1차 세계 대전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다. 유럽의 재능 있는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시각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사라예보라는 화려한 도시와 그에 대한 역사를 단편으로 만든 옴니버스식 작품이다. <사라예보의 다리>에는 사라예보 출신의 아이다 베직을 비롯하여 우르슬라 마이어, 빈첸조 마라와 레오나르도 디 코스탄초, 크리스...
월드 시네마
사랑은 마시고 노래하며봄에서 가을까지 요크셔 외곽에 사는 세 커플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사랑은 마시고 노래하며>는 아기자기한 동화 풍의 세트가 돋보이는 연극적인 작품이다. <멜로>(1986)에서 시작되었던 알랭 레네 영화의 새로운 사이클을 마감하며, 지난 3월 영면에 든 거장의 유언과도 같다. <밤과 안개>(1955), <히로시마, 내 사랑>(1959) 등으로 대변되는‘ 가장 정치적인 프랑스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198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