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나이 찬 노총각이 주인공이지만 꽤 배배 꼬인 이 캐릭터 코미디는 등장인물에게 고루 에피소드를 안배하고 있다. 주인공의 부모와 형제, 함께 일하는 택시 회사의 운전기사들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성격을 지닌 등장인물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펼쳐 놓는다. 요지경처럼 보이는 이 다종 다기한 에피소드를 하나로 쭉 꿰는 것은 주인공의 내레이션이다. 영화는 그의 내레이션에 따라 과거와 현재를 재치 있게 오가면서 정교한 대구와 각운의 코미디 리듬을 얻고 있다. 노총각이었던 주인공이 마침내 꿈꾸던 여성을 만나 벌이는 로맨스가 이야기의 대단원을 끌어 내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에피소드 구성은 이 영화를 거의 집단 드라마처럼 보이게 만든다. 자유분방하게 주인공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스케치하듯이 쓱 훑으면서 소란스럽고 질척거리지만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대만인의 도시 일상을 담는다. 택시 회사라는 이야기의 배경은 이런 도시적 일상 코미디의 그럴 듯한 장소다. 매일 차 충돌 사고가 벌어져도 심드렁하게 받아들이는 곳이지만 여기서 자잘한 감정의 주름이 극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