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추억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연출력과 영상미로 정평이 나 있는 이와이 순지. 그가 이번에는 최근 사회현상이 되고 있는 일본의 ‘14살’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방 전원 도시에 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생 유이치는 학교에선 이지메를 당하고, 집에서는 새 아버지와 그가 데려온 동생 등으로 질식할 것만 같은 나날을 보낸다. 이런 유이치에게는 카리스마 넘치는 가수 릴리 슈슈만이 유일한 안식처다. 유이치는 방에 틀어박혀 자신이 운영하는 릴리 슈슈의 팬 사이트 ‘릴리필리아’ 안에서 ‘필리아’란 아이디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트에서 ‘푸른 고양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원래 ‘Y2K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세기말에서 세기초로 바뀌는 모습을 대만의 에드워드 양과 홍콩의 스탠리 콴과 함께 영화화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 기획을 백지화까지 시켜 가며 영화 공개 전 일본 굴지의 음악 프로듀서 코바야시 타케시로 하여금 가공의 인물인 릴리 슈슈의 앨범을 만들게 해 마케팅 측면에서 영화의 인지도를 구축해 놓는다든가, 웹 사이트상에서 네티즌들과의 채팅을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 인터넷 소설을 발표한 뒤 영화화하는 등, 색다른 기획력으로 “유작으로 택하고 싶다”란 말을 했을 정도로 이 영화에 공을 들였다. 영화 전편에 펼쳐지는 이와이 월드는 여전히 독특하다. (양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