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에 걸친 기획과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미증유의 대작 시대극. 감독인 MC 차트리찰레름 유콘은 태국 국민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아유타야 왕국의 왕비 수리요타이의 일생을 장엄한 대 서사시로 재현해 냈다. 그러나 그는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강력한 여인상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가 그리는 그러한 여인상은 강렬한 대비를 통하여 극적 효과를 더한다. 전쟁터에 나간 남편인 왕을 두고 정부를 끌어들이는 타오 스리 수다찬. 그녀는 결국 왕을 독살하고 정부를 왕위에 앉힌다. 반면 수리요타이는 인내심과 지성을 겸비한 현명한 여인이다. 남편이 결국 왕위에 올라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때를 기다리며 치밀한 전략을 짜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전사이기도 하다. 차트리찰레름 유콘은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궁중의 권력 투쟁과 음모, 사랑과 희생 등이 점철된 수리요타이의 일생을 짜임새 있게 이끌어 나가면서, 16세기 아유타야 왕국의 모습을 훌륭히 재현해 내고 있다. 의상, 소품, 세트 등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정성이 깃들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사상 유래가 없는 규모의 라스트의 대 전투 장면 역시 장엄하면서도 비장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이로써 차트리찰레름 유콘은 16세기 태국 역사 속의 영웅을 21세기의 스크린 속에서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