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red>칸 영화제 감독주간, 산 세바스챤 영화제 초청작</font> 히말라야의 깊숙한 산골에 있는 수도원에서 불교의 엄격한 규율과 티벳의 전통생활양식을 지키며 살아가는 스님들이 바깥세계의 문명과 만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컵>은 이러한 주제를 재미있고도 따듯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수도원의 어린 승려 오리겐과 로도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과 별 다를 바 없다. 수행시간에 졸거나 장난도 치고 ,월드컵 경기에 열광하기도 한다. 그들의 충동에 의해 온 수도원은 월드컵 열기에 휩싸이게 되고 마침내 수도원에 위성 안테나와 중고 TV가 설치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수도원의 규율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는 게코 스님과 큰 스님 아봇에게 있어 월드컵 결승전은 하나의 새로운 화두이다. 왜 프랑스와 브라질이 싸우는가? 경기에서 이겼을 경우 이긴 팀이 가져가는 것은 컵이다. 그런데 그깟 컴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가? 게코와 큰 스님의 대화는 그들이 바깥세계의 문명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가 주는 잔잔한 웃음 뒤에는 , 우리가 평소에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학했던 일상들을 새롭게 인식케 하는 힘이 담겨져 있다. 그들의 대화가 선문답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이리라. 부탄 최초의 장편극영화는 이렇게 티벳의 전통문명과 서구문명이 평화롭게 조우하는 내용으로 시작되었다. 티벳에서 수도원으로 피난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두 소년 팔덴과 니이마의 이야기는 중국과 티벳관계의 정치적인 함의를 담고 있으되, 오히려 부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