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을 담당한 장 이모우의 놀라운 독창성이 돋보이는 장 쥔자오 감독의 <하나와 여덟> 이 소위 우리가 말ㄹ하는 중국 5세대 감독들의 출발작이라면, 첸 카이거의 <황토지>는 1985년 홍콩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국제적인 이목을 끌게 된 첫번째 작품이다. 야난에 있는 공산당 캠프를 떠나 북부 샨시지방의 한 외딴 마을로 토속 민요를 찾아 떠나는 어떤 홍위병의 단순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고통스런 현실과 중국 농촌의 옛 것을 지키려는 의지 속에 스며든다. 자신이 끝내 황화와 영원히 하나가 될 운명을 선택하는 마을의 어린 신부와 기우제를 지내려는 농부들에 외롭게 대항해 물에 뛰어드는 그녀의 어린 동생... 그들을 뒤로 하고 정작 마을을 구원하기 위해 왔던 군인은 전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떠나간다. 당시 이 영화를 인상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영화에 내재된 다의성과 은유성뿐만 아니라 1949년 이후 중국 영화계를 지배해오던 진부한 영상언어를 전복시킨 데 있다. 대담한 시각적 구성과 풍부한 심상을 바탕으로 이 영화는 1930년대 혁신적인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