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이 바라보는 일상의 현실은 마치 연금술사들이 찾아낸 알코올과 같다. 차가운 물의 성질을 지녔으면서도 불을 일으키는 배타성과 조화성. 일상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의 이면에 담긴 삶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읽어낼 수 있다면 ‘강원도의 힘‘이라는 기묘한 제목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을 잊고자 친구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 지숙은 또 다른 불륜에 얽히는 기묘한 운명에 처한다. 지숙의 연인이었고, 대학교수를 꿈꾸는 상권은 후배와 함께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다. 상권은 대학교수가 되었지만, 지숙을 잊지 못하고 다시 만난다. 그들은 강원도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각각의 삶을 보낸다. 일상이라는 기묘한 사슬은 어디까지 뻗어있는 것일까. 인물간의 불협화음은 삶의 모순이자 마음속에 타오르는 감정의 다양성을 반영한다. 에피소드의 연결만으로도 묘한 울림을 만드는 독특한 구성과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 엇갈리면서 일상의 양면을 뒤집어 밀착하는 시선은 일상의 리얼리티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표현을 통해 삶에 내재된 허위 의식을 드러내고, 우리의 표층을 날카롭게 만들어가는 선연함이 작품 내에서 작열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이 작품의 가멍이 보여주는 ‘힘‘이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