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본토가 ‘청소년은 아침이며 희망’ 이라고 홍콩으로 날아오는 라디오방송을 통해 마오쩌뚱의 말을 선전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산업화된 첨단도시 홍콩은 젊은이들이 생명경시풍조에 오염되어 열악한 가정환경과 교육환경, 가치파괴와 소외속에 살아가는 땅으로 표현된다. 폭력영화장르를 통해 삶과 사랑과 우정을 노래한 이 작품은 중국귀속 데드라인 직전 완성된 홍콩의 만가이다. 이야기는 조직 폭력배에 고용된 조무래기 아추와 불치의 심장병을 앓고 있는 소녀 핑, 그리고 정신과 신체가 부자유한 아롱이 홍콩이라는 대도시 속에서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쓸쓸하고 가슴 에이는 아추의 긴 독백이 영화 전편을 흐르고, 세 명의 청소년이 홍콩이 내려다보이는 공동묘지에서 뛰어놀면서 수잔나를 부르는 장면, ‘왜 사람들은 쓸데 없이 죽을까′ 라고 질문하는 그들이 하찮게 죽어가는 장면들 때문에 여리고 아름다운 사춘기를 사랑하는 관객들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다큐멘터리의 기법과 정신, 그러면서도 시적이며 조형적인 영상미, 아시아영화에서 보기 드문 풍성한 문학성, 세련된 음향, 자유자재로 시간을 뛰어넘는 이야기 구성 등, 장점이 수없이 많은 이 수작은 감독의 첫 작품으로서, 놀랍게도 아마추어 배우들과 함께 소규모인원이 제작한 저예산의 독립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