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야경을 가득 메우는 불빛 중에 절반은 여관 간판의 불빛이다. 그 불빛 속에 웅크린 젊은이들이 자신의 젊은 날을 보낸다. 현주는 여관이란 공간에 담긴 추억을 잊지 못한다. 그런 그녀를 부담스러워 하는 민구. 이들에게 여관은 순가의 소모이자 쾌락의 공간에 불과하다. 이곳에는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온다. 실습용 영화를 찍기 위해 찾아온 준기와 서경. 친구를 기다리다 이들은 어색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촬영을 끝내지도 못한 채 밖을 나선다. 현주는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이곳을 다시 찾는다. 만취한 두 사람은 창문을 적시는 빗물 속에서 의미 없는 섹스를 한다. 석태는 현주에게 묻는다. “이곳을 어떻게 알지?” 석태는 옛 애인 희수와 선배의 장례식 후 이곳을 다시 찾는다. 석태는 희수와 보낸 여관에서의 추억을 떠올린다. 시간은 이미 흘렀고, 그들은 너무나 변해있다. 영화 속에서 계절은 계속 변하지만 모텔 선인장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계절을 느낄 수가 없다. 너무나 메마르고, 아픈 추억들이 늘상 사람들이 찾는 이곳을 고독으로 메울 뿐이다. 추억은 힘겨운 외투자락처럼 걸치기에는 거추장스럽다. 잠시 머문 빈공간만이 그들의 살내음을 기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