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인어와 함께 춤을>로 세계 영화계를 매혹시켰던 폴란드 감독 아그네츠카 스모친스카의 두 번째 영화. 자신의 진짜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알리시아는 경찰 폭행으로 감옥에 간다. 알리시아는 2년 후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텔레비전 쇼에 출연하고, 그녀를 킹거라 부르는 가족이 나타난다. 그녀는 남편과 어린 아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만, 가족이 기대하는 아내와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한다. 가족도 그런 알리시아를 낯설어하고, 아들은 심지어 그녀를 가족의 침입자로 여긴다. 영화는 말 잘 듣는 딸이자 완벽한 엄마였다고 말해지는 킹거가 실제로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밝혀내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으스스한 음악을 배경으로 꽃봉오리가 터지는 뇌 스캔 영상과 같은 표현을 통해 정체성 혼란을 겪는 알리시아의 소외에 초점을 맞춘다. 알리시아는 점차 아들과 우정을 쌓아가고 정서적 교류를 형성하지만, 엄마의 정체성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는 모성적 본능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야기한다.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