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던 조선 조정의 혹독한 겨울을 그린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에 막혀 강화도로 파천도 못한 조정은 남한산성에 틀어박힌다.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은 청나라와의 화친을 도모해 살길을 열고자 하지만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은 결사 항전을 주장한다. 사분오열된 신하들에 시달린 임금 인조(박해일)가 아무 대책 없이 시간을 보낸 사이 청의 황제는 삼전도에 당도한다. 황제의 최후통첩이 임박한 가운데 김상헌은 마지막 수단으로 대장장이 날쇠(고수)에게 인근의 근왕병을 불러 모을 격서의 전달을 부탁한다. 영화는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지만 방향이 달랐던 최명길과 김상헌의 대립을 중심으로 시대의 풍경을 담아낸다. 감독은 일체 사건을 보태거나 재해석 하지 않고 원작의 건조하고 날 선 문체를 화면으로 재현하는 데 집중한다. 시대의 공기를 담아낸 ‘땅의 노래’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물과 사건 모두로부터 거리를 둔 채 정서를 쌓아나간다. 기품 있는 촬영과 기본에 충실한 연출로 완성한 웰메이드 사극이다. (송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