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의 외딴 마을에 사는 가나는 치매에 걸린 노인들의 간병인이다. 그러나 진짜 그녀의 직업(!)은 따로 있다. 노인들의 신분증을 훔쳐 암시장에 내다 파는 것. 모르핀 중독자이기도 한 그녀는 죄의식 하나 없이 애인이라기보다 동업자에 가까운 알레코와 함께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나 전 합창단장이었던 요안과 그의 음악을 접하면서 가나는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고 그 대가는 너무도 가혹하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신 없는 세상>이 묘사하는 세상은 도덕과 인정, 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암울하기만 하다.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나아짐이 없으며 이를 심판할 신도 인간 정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냉혈한 같은 가나의 심경변화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녀를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관객의 감정적 몰입을 차단한다. 로카르노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라리짜 페트로바의 데뷔작이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