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도 행동도 느린 철도원 쌍코는 어느 날 철로 위에서 거금의 돈뭉치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쌍코의 행동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그는 순식간에 영웅이 되고, 교통부는 그에게 새 시계를 상으로 주는 행사를 갖는다. 하지만 행사는 쌍코에게 재앙의 연속일 뿐이다. 교통부 홍보실장인 줄리아가 새 시계를 부상으로 준답시고 가져가 버린 아버지의 유품 시계 ‘글로리’를 분실하자, 쌍코는 글로리를 되찾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글로리>는 2014년 데뷔작 <더 레슨>(2014)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크리스티나 그로제바와 페타르 밸채노프의 두 번째 장편이다. 그 어떤 상보다도 소중한 낡은 시계를 되찾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쌍코의 고분분투는 체제가 개인의 삶을 얼마나 폭력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쌍코는 만신창이가 된 채 울타리 안으로 도피한다. 줄리아 역시 개인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는 사회의 희생양이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지만 영화는 그 깨달음이 너무 늦게 찾아왔음을 충격적으로 드러낸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