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영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영화 속 현실은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펠로우 출신인 에미르 바이가진의 장편 데뷔작 <하모니 레슨>은 성장영화라기 보다는 사회고발 혹은 심리드라마에 가깝다. 중학생 아스란은 도시에서 전학 온 미르사인과 가깝게 지내지만 급우들의 돈을 갈취하는 불량학생 보랏과 일당들로 인해 학교 내 분위기는 흉흉하다. 어느 날 보랏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아스란과 미르사인은 용의자로 몰려 극심한 취조를 당한다. 감독은 아스란의 심리적 상태를 따라가며, 현실을 담는다. 학생이지만 공권력의 폭력에 쉽게 노출되며, 어른들은 무관심하다. 폭력을 혐오하지만 바퀴벌레 퇴치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아스란의 결벽증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증오심의 표출이기도 하다. 어느 곳에서도 평온을 얻지 못하는 아스란은 과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죽음 이후에야 평온해 보이는 보랏과 미르시안을 바라보는 아스란의 모습은 여운이 짙게 남는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