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엄마와 외롭고 불안정한 딸의 이야기. 샬롯 림의 이 독특한 모녀 이야기는 다양한 층위의 관계를 만들어 낸다. 18살 소녀 페이는 미장원을 운영하는 홀어머니의 남자관계 때문에 늘 불안하다. 단 둘만의 가족이기 때문에 모녀 관계가 자매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지만, 때로 페이에게 자유분방한 어머니는 마치 아이처럼 돌보아야 할 불안한 대상이기도 하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모녀에 대한 이런 저런 루머 역시 그녀를 괴롭히는 일이다. 어머니가 임신사실을 알리는 순간 페이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하지만 그러한 분노 조차 혼자 감내할 수 밖에 없는 페이는 이 무미건조하고 절망적인 삶을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샬롯 림은 18살 소녀 페이의 변화하는 이러한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해 낸다. 건조한 이미지의 영상과 극도로 제한된 음악은 감독의 연출의도와 조화를 이루며 탁월한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 낸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