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영화는 더 이상 변방에 머무르지 않는다. 호모 섹슈얼리티가 하위문화를 벗어나 주류로 편입한 것은 근간의 할리우드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만 보아도 명백해진다. 최근 몇 년간 동성애 코드는 가장 뜨겁고,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주제 중의 하나가 되었다. 미국 퀴어 영화의 역사를 조명하는 이 ′Fab′한 다큐멘터리는 수많은 퀴어 영화 혹은 퀴어 캐릭터가 등장하는 미국 영화 클립들을 소개할 뿐 아니라, 기존 영화에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동성애 코드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더불어 우리에게 친숙한 많은 영화인들의 성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 혹은 재확인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며, 존 워터스나 토드 헤인즈 등 논란의 중심에 위치해온 감독들과 마주하게 되는 것 역시 유쾌하다. 퀴어 영화가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정치적 공정성이나 소수의 목소리 등을 가볍게 언급할 뿐, 진지한 논의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제목에서부터 유쾌함을 표방한 이 퀴어 아카이브로의 여행은 충분히 흥미롭다. (이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