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장커를 필두로 한 중국 6세대 감독들의 초기 독립영화가 현대성과 전동의 파열음을 도시엣 체취하려 했다면 최근의 신진 감독들은 로컬 중국이 고통스러운 현실에 귀를 기울여 왔다. <사청수수>에서 아내와 함께 사는 젊은 소작농 야수이는 감옥에 투옥된 동생 야청을 구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품팔이 이외에는 뾰족한 재물 축적 수단이 없는 그는 목회자와 지역 고교 교장의 제안으로 여동생을 도시에 보내고 태어날 아이마저 팔아넘기기로 계약한다. 그러나 야청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게 되고 야수이의 가정은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물질적 붕괴상태에 빠져든다. <산청수수>에서 자본의 유통과 종교적 신앙의 전파라는 두 가지 종속적 기제의 공모(동생들의 보호와 혈통의 보존)는 거래의 대상이 되고 신의 섭리와 예수의 자비로움을 설교하는 기독교는 이 거래의 치명적 악순환을 은폐하는 데 기여한다. 중국의 관료제는 그런 공모관계를 제재하지 못한 채 수수방관할 뿐이다. 결정적인 감정적 갈등의 순간에도 먼 거리를 유지하는 카메라는 전원적 풍경 속에서 한없이 작아진 주인공들의 처량함을 절제 있게 전달한다. 텅 빈 집에서 보트 위에서의 시점 쇼트로 이어지는 롱테이크는 전근대적 터전으로부터 비극적으로 뿌리 뽑힌 하층민 주체의 신세를 절실하게 체감시킨다. (김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