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양의 데뷔작 [방아쇠]는 허우 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등이 대변한 대만영화의 전통을 다시 분명히 느끼게 한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응시하는 카메라 스타일과 다소 정적인 호흡의 전개 때문이다. 단순하지 않은 스토리 라인을 지닌 이 영화는 은퇴한 갱조직의 암살자와 한 소년의 우정을 축으로, 세대가 다른 그들이 세상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과 그들 각자가 빠지는 사랑의 정념을 따라가고 있다. 아내 때문에 자청해서 감옥에 들어간 귀는 출옥한 후 아내와 자식이 다른 남자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실망한다. 그는 유괴사건을 저질러 복역하고 나온 소년 홍과 친해져 함께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간다. 귀는 홍의 복수를 도와 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홍의 어머니와 은근한 사랑에 빠지고 홍 역시 복수하려는 남자의 딸과 사랑하는 관계가 된다. 어긋날 수밖에 없는 관계에 몰두하면서 두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삶의 희망을 붙잡으려 하지만 그 희망은 자꾸 빗나간다. 감독 알렉스 양은 선악 구분이 모호한 필터를 등장인물에 들이대고 동정하기도, 경멸하기도 힘든 그들의 삶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들의 삶에는 당연히 현대 대만 사회에 얽힌 윤리적 갈등이 묻어 나온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