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와 유부녀가 사랑을 나누는 소재라면 관객이 흔히 기대하는 내용은 애절한 사랑이거나 비극적 사랑 등이리라. 그런데 <추방자>의 경우, 감독 린턴 세마쥬는 그러한 상투성을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그 자체가 그의 주 관심사는 아니다.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편협함, 그리고 개인과 집단의 갈등양상이 빚어내는 불행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보인다. 스리랑카의 어느 조그만 마을. 수문지기인 다르마다사는 군인을 남편으로 둔 젊은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곧 온 마을로 소문이 퍼져나간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다르마다사의 반응은 뜻밖이다. 대부분 농사를 짓는 마을사람들의 요구를 뿌리치고 수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마을사람들과 등을 돌리는 그의 이러한 아집은 마침내 아들의 죽음까지 불러오고, 결국 그 자신도 죽음을 선택한다. 그의 비극은 어쩌면 물의 섭리를 거슬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르마다사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지는 석양은 아름답고 물은 고요하다. 다르마다사의 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 했던 것처럼 ′인간은 자연에게 화를 내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