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창
경찰관, 푸자마데시 공동체가 살고 있는 네팔의 국경 도시, 두 소년이 납치되고 형사 푸자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 변방 도시로 온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 이 지역은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뜨겁게 타오르고, 무자비한 탄압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마데시족 누구도 사건을 둘러싼 정황에 대해 쉽게 입을 열지 않고, 푸자가 사건을 깊숙이 파고들수록 이 지역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과 여성 혐오를 맞닥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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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의 사막감독 야마나카 요코는 20살에 만든 데뷔작 <아미코>(2017)로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됐고, 주연배우 가와이 유미는 10대 시절 <아미코>를 본 뒤 야먀나카 요코를 만난 것이 영화감독과 대화한 첫 경험이라고 말한다. 가와이 유미는 이후 <썸머 필름을 타고>(2020), <유코의 평형추>(2020), <플랜 75>(2022) 등에 출연했고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드디어 야마나카 요코와 재회했다. 감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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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전작 <흰 암소의 발라드>(2021)에 이어 다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뒤 영화제 관객의 호응을 많이 얻은 이란 영화. 요즘 이란 사회의 모습에 대한 언급이 들어있긴 하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 아니라 70세 할머니의 욕망을 투명하게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마힌은 외롭게 혼자 사는 노인이다. 자식은 결혼해서 외국에 나가 살고 가끔 전화를 하지만 마힌의 이야기를 들어줄 만큼 여유는 없다. 동네 친구들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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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색<목소리의 형태>(2016), <리즈와 파랑새>(2018) 등을 연출했던 여성 애니메이션 감독 야먀다 나오코의 신작. 각본 요시다 레이코, 음악 우시오 켄스케 등 야마다 나오코와 같이 작업했던 팀이 다시 뭉쳤다. 가톨릭계 기숙학교를 다니는 여고생 토츠코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색깔이 뭔지가 보이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만난 키미에게 마음을 뺏기는데 그녀가 학교를 그만뒀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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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크라이 버터플라이무시당하고, 억울하고, 그래서 슬픈 ‘중년 여성’도 삶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구명할 수 있다. 코믹 드라마를 베이스로 판타지와 호러의 장르를 결합한 베트남 영화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는 ‘중년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비하된 여성 스스로를 전면에 내세운 기발한 영화다. 탐은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어느 날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고, 바람난 남편의 마음을 되돌려 보려 부두술을 이용한다. ‘집의 정령’이 깃든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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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의 노래메콩강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달리고, 달리고, 날아서” 왔다는 아빠는 어린 딸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인도에 사는 양첸은 어머니의 장례를 위해 프랑스에서 돌아온 언니를 만나 부모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상처를 드러내고, 탱화 화가인 소남은 미국에서 온 옛 친구 직달과의 짧은 만남으로 소박한 일상이 갑자기 초라해진다. 위스콘신의 텐진은 어린 시절을 보낸 다람살라에 아버지의 유골함을 들고 막 도착했다. 베트남,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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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말 죽이기한때 최고의 경마 기수였던 두 친구 사이나와 하싸는 생계를 위해 전통 기마 공연에 출연한다. 도시 이주를 결심하고 말과 양을 모두 팔아버린 하싸와 달리 사이나는 농장과 공연장을 오가며 아끼는 말들을 지켜내고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예년보다 늦게 도착한 올겨울은 유난히 혹독하다. 가뭄 끝의 혹한과 아버지의 도박 빚과 음주, 아내와 별거 중인 현실은 어느 하나 사이나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내몽골에서 나고 자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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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극단조용한 바닷가 마을, 하고 싶은 것 많은 소녀 샤오쿠이는 친구들과 노는 것만큼이나 엄마 홍쥐의 마오창 가극을 돕는 일에도 열심이다. 아빠가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때부터 홀로 생계를 책임져온 엄마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가극 배우로 무대에 오르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제 전통 가극을 들으려는 사람은 없고, 샤오쿠이가 발병하면서 이들의 삶은 예상치 못한 급류에 휩쓸려간다. 영화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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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창구(白衣蒼狗)일군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대만의 산속에 숨어 산다. ‘보스’에게 여권을 맡기고 돌봄 일자리를 얻는 그들은 두 달째 임금을 못 받았는데, 그들 중 탁월함을 인정받은 움은 보스의 총애와 자잘한 특혜를 받고 있다. 뇌병변 장애인 휘와 병든 그의 모친을 돌보는 움은 동료 인드리가 사망하면서 그의 환자까지 맡게 된다. 움이 임무에 성실할수록 동료들은 멀어지고, 고객의 요청에 충실할수록 양심으로부터 소외된다. 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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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마음의 땅광고회사에 취업한 27살 청년 카이는 새출발을 하겠다며 머리카락을 파랗게 물들이고 집을 나선다. 카이가 태어나던 날부터 카메라와 조명을 들고 따라다니던 외계인들이 어김없이 따라나섰다. 카이의 일상이 지루하다며 그들이 불평할 즈음, 카이와 집을 공유하는 여성 리샤오러가 등장한다. ‘사랑의 풍선’을 날려가며 애를 태우는 외계인들의 뜻대로 카이는 리샤오러와 행복할 수 있을까. <부서진 마음의 땅>은 데뷔작 <열대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