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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프로그래머

2020 아시아영화 관객들을 위한 안내서
올해 저는 한국을 제외한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지역에서 영화를 선정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영화산업이 침체되었지만, 그럼에도 아시아 국가에서는 신인 감독과 거장 감독들 모두 부지런히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다행히도 그 중 상당수의 주요 영화들을 부산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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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사와 기요시 <스파이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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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와세 나오미 <트루 마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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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가위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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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안화 <사랑 뒤의 사랑>

동북아시아에서는 ‘거장들의 귀환’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홍콩의 전설적인 감독 7인이 만든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를 비롯해, 무려 네 편의 아시아영화가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소개됩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 칸2020 선정작인 가와세 나오미의 <트루 마더스>, 올해 개봉 2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돌아온 왕가위의 <화양연화>, 마지막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은 허안화의 신작 <사랑 뒤의 사랑>이 있습니다.
그중 <화양연화>는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사랑 뒤의 사랑>은 며칠 전, 그야말로 눈물의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 프리미어 상영을 확정 지었습니다. 아이콘 섹션과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서는 차이밍량의 <데이즈>와 아오야마 신지의 <구름 위에 살다>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신인 여성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뉴 커런츠 섹션의 한슈아이의 <희미한 여름>, 베니스데이즈에서 소개되었던 리동메이의 <나의 엄마>는 사춘기 소녀들이 견디기에는 가혹했던 삶의 무게를 담담하고 단단하게 풀어갑니다.
아쉽게도 중앙아시아에서는 올해 많은 영화가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단골손님인 아딜칸 예르자노프 감독의 베니스 경쟁작 <노랑 고양이>와 데뷔작 <하나안>으로 주목 받았던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4세 감독 박루슬란의 <쓰리>, <보스의 비밀>로 잘 알려진 중견감독 파르캇 샤리포브의 <18킬로헤르츠> 등 화제작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의 영화 강국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의 영화가 있습니다. 작년에 인도 여성 감독들이 강세를 보였다면, 올해는 인도 남성 감독들의 문제작들이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사탕수수의 맛>, <핑키를 찾습니다>, <사로잡히다>, <위험한 등반> 등은 모두 아시아 국가에서 더욱 문제적인 여성의 인권과 노동 문제를 첨예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들은 사회적 문제의식을 치밀하게 파고드는 것과 동시에 안정적인 스토리텔링과 기발한 형식적 실험으로 영화적 재미를 담보합니다. 네팔 신인감독 수지트 비다리의 뉴 커런츠 초청작 <유리창의 나비>도 따뜻한 시선으로 재능 있고 야망 있는 한 소녀의 성장과 좌절을 그려낸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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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슈아이 <희미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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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루슬란 <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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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난스 나라얀 마하데반 <사탕수수의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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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지트 비다리 <유리창의 나비>

작년이었다면 지금쯤 밤잠을 설치며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요. 올해는 정신없이 바빴던 그 ‘일상’의 시간들조차 그립습니다. 극장에서 관객 여러분들을 만나게 될 그날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시아 프로그래머 박선영

By 아시아 프로그래머 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