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지나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이방인들, 소외된 사라들, 그리고 낯익은 우리의 일상. 카메라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대낮인데도 환한 백열등을 켜고 사람들이 분주히 일한다. 오가는 욕설사이로 허우적대는 칸과 제키. 이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온 불법체류자이다. 쉽게 이땅에 적응하지 못하면서도 자신들의 가족과 꿈을 위해 일한다. 이땅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또 있다. 이 이방인들과 함께 일하는 한국인이다. 대학을 중퇴한 한식, 고아인 용승. 이들은 소외되었다는 자괴감을 술로 위로한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학대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현실로부터 억압받는 자일 뿐이다. 국적이 다를 뿐 진정 이들은 구별되지 않는다. 미래의 꿈을 잃고, 열기가 들끓는 세탁 공장 안에서 서서히 지쳐간다. 칸은 폭행당한 부토를 데리고 한국을 떠난다. 제키는 수로 현실을 버티다가 술에 찌들어간다. 용승은 애인의 배신에 상처받고 , 한식은 캘리포니아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아버지로 인해 고통받는다. ‘바리케이드‘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장애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쉽게 허물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영화속에서 이루어낸 암울한 화해가 해답을 줄 수 있을까.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