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영화 촬영감독인 박홍렬은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창문을 닦는 정체불명의 검은 옷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박홍렬은 자신이 출연한 그 장면을 다양하게 재연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서의 영화’로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했다고 농을 친다. 그가 떠올린, 세상의 창에 담길 주인공은 감독의 24년 지기 조영권이다. 정의당 소속 정치인 영권은 선거에서 세 번 내리 낙선하고 지금 네 번째 선거에 나섰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2>는 돈의 규모로 좌지우지되는 한국의 선거판에 등판한 가난한 진보정당 후보의 선거 유세 과정을 친근한 시선으로 담는다. 여기엔 후보자의 공약이나 진지한 정치적 비전 대신 소박한 삶과 근면한 일상과 헐렁한 유머가 대부분이다. 내내 허허실실 유유자적한 그는 진보는 뒷골목을 돌고 돌아 느리게 오지만 어쨌거나 한 걸음씩 전진한다는 믿음과 낙관을 우리에게 전한다. 풍자와 기개가 넘치는 이 선거 낙선기가 실패의 기록이 아닌 이유다. 후반부, 고 노회찬 의원이 잠깐 등장하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강소원)